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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nel Verse AU : Jason x Roy
❝ Vulpes vulpes ❞
001 – 000
Sentinel : Roy Harper (Full name)
Guide : Jason todd (Full name)
Ⅰ. Sentinel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다면 어떨까. 게다가 그 사람이 평생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사람이고,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나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을 꼭 필요하다면 과연 인생을 바칠 수 있을까. 만일 그에 응하지 않았을 때, 잠시나마 도움의 손길을 뻗었던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면 보통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잠시 생각한다면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가이드들은 보통 일생에 한 번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가끔은 자신의 주변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저 멀리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 홀연히 찾아오기도 했다. 가이드들은 팔 어딘가에 붉은 보라색의 띠가 떠오를 때면 항상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정리하곤 했다. 그것은 센티넬 연구 시설로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초대장이었고,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 생겼다는 의미키도 했다. 물론 가끔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면서 비즈니스적인 관계로만 만나는 사이도 있었지만, 그것은 정말 특별한 케이스 중의 하나였다.
“…….”
샤워하기 위해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간 제이슨은 팔뚝에 희미하게 나타난 보랏빛 띠를 보고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체질이 가이드란 것은 성장기를 지내면서 알고 있었지만 정작 가이드로 살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보통 2차 성징 전후로 자신의 짝을 찾는 가이드들과 달리 스무 살 가까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자신을 찾기 전에 반쪽인 센티넬이 죽었을 거로 생각했다. 반쯤 잊고 살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초대장은 너무나 무거웠다. 그래서 잊고 싶었지만, 날이 갈수록 진하게 나타나는 보라색 띠는 마지 피멍이 든 것처럼 팔뚝에 천천히 번져갔다.
그리고 완전히 내려앉아 지워지지 않을 정도가 되자 기관에서 사람이 나왔다. 이런 건 기막히게 잘 알아낸단 말이지. 커다란 웨인 저택의 문을 두드리며 들어온 사람들은 곧장 제이슨을 찾았다. 센티넬 기관은 거역할 수 없는 곳이었다.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그들 앞에 섰다. 그러자 눈앞에 하얀 종이에 빨간 직인이 찍힌 종이를 들이밀었다.
“제이슨 토드. 센티넬 기관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한동안 찾지 않아서 그냥 편하게 사려나 했는데.”
“…여러 번 말하지 않겠다. 오늘 내로 짐을 정리해서 기관으로 들어오도록 해라.”
“저기…아무리 센티넬이 중요하다 해도, 결국 그 짐승들은 다룰 수 있는 건 가이드일건데. 이거 취급이 너무 한 거 아냐?”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아, 예. 알겠습니다. 기라면 기어야죠.”
뒤에 이어지는 말을 채 듣지 않고 문을 쾅 닫아버린 제이슨이 짜증스럽게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런 제이슨을 바라보던 딕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제이슨과 같은 가이드로 발현한 딕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안 그래도 성격이 불같은 제이슨이 혹여 사고를 칠까 걱정을 할 뿐이었다.
* * *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으로 억지로 발을 디딘 제이슨은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렸다. 그게 말이 좋아 센티넬 센터지 이건 그냥 국가에서 필요한 생체 병기를 만드는 곳이었다. 필요한 기계 외엔 이렇다 할 장식도 붙어있지 않은 새하얀 공간은 마치 연구소처럼 소독약 냄새가 꽉꽉 들어차 있었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웅웅 울릴 때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런 곳은 공기조차 너무 무겁고 건조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몸 안에 가득 쌓이는 알콜 냄새가 메스껍게 올라왔다. 안 좋은 추억을 잔뜩 담은 너무나 익숙한 소독 냄새에 인상을 찌푸린 제이슨이 가볍게 손으로 코를 막았다. 숨을 쉬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자 곧바로 뒤를 돌아보는 눈이 싸늘했다.
“왜 그러나.”
“…개인적인 기억이니까 신경 끄시지. 난 여기서 조금도 더 있고 싶지 않아. 일이 끝나면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그건…….”
“여기서 살라고 하면 난 가이드로 해야 할 모든 걸 거절하겠어. 단 한 순간도 이런 소독약 냄새나는 곳에서 있고 싶지 않아!”
“…….”
“뭐…싫으면 할 수 없고.”
“그건 내가 나중에 따로 장부를 올리도록 하지. 일단 그런 것보다 센티넬이 먼저다.”
“어련하시겠어.”
“이쪽으로 와라.”
딕이 가이드로 발현했을 때도, 팀이 그랬을 때도 함께 이곳을 찾아왔었다. 모두 그리 어렵지 않게 센티넬을 맞이했다. 물론 가까운 곳에서 짝을 만났기 때문에 좀 더 간편한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이슨은 연구소 입구에서 소독약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뒤돌아서는, 밖으로 뛰어 나가 버렸다.
시간이 지나갔다. 가이드로 발현하고 나서도 등록 절차를 밟기 위해 딱 한 번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눈앞에서 센티넬과 가이드들이 서로 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이렇게 수상한 곳까지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언제나처럼 금방 끝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만남은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안쪽으로 들어가고, 복잡한 복도를 돌아들어 갔다. 장식조차 없는 하얀 복도는 인공적인 빛이 반사되어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났다. 그러다가도 이내 어둠에 푹 잠기곤 했다. 몇 겹의 보안 시스템을 거치고 나서야 제이슨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잠자코 따라오도록 해.”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
툴툴거리면서도 꾸준히 뒤를 따르던 걸음이 서서히 멈췄다. 교관의 등에 코를 박을 뻔했다.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도대체 말을 하고 멈추던가. 속으로 연신 욕을 하던 제이슨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
숨 한번 내쉬기도 어려울 만큼 하얀 공간 안에 무엇인가 축 늘어져 있었다. 분명 하얗고 밝은 방이었지만 좀처럼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뭐가 그리 위험한 놈인지 어른 손바닥만큼 두꺼운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전면 창엔 여기저기 발톱 자국이 선명했다. 어서 들여다보라는 듯 교관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여기에 뭐가 있는데 이러는 겁니까.”
“…….”
“나 참. 입이 붙었나.”
“…….”
낮게 욕을 내뱉으며 눈을 살짝 찌푸린 채 유리 안을 쳐다보았다. 사람은 없었다. 붉은 털을 가진 짐승 한 마리만 널찍한 방 안에 축 늘어져 있었다. 꽤 난동을 피웠는지 그늘 하나 지지 않을 정도로 밝은 방 안은 푹푹 패인 자국이 선명했다. 게다가 채 지워내지 못한 핏자국도 남아있었다. 할딱할딱 숨이 넘어갈 듯 얕은 숨을 쉬는 짐승의 등을 바라보던 제이슨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무리 말을 안 듣는 동물이라고 해도 저렇게 엉망인 상태로 내버려둔다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죽어 넘어갈 거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센티넬? 이게?
“…그래서 설마 저 짐승이 내 센티넬이란 건 아니겠죠? 조금 머리가 이상해 진 거 아냐?”
“사람이다.”
“정말 내가 미친 거면 미쳤다고 말 좀 해주라고! 당신 눈엔 저게 사람으로 보여? 어?”
“…지금은 아니지만.”
“진짜 미치겠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센티넬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군.”
“…뭐?”
“난 이것저것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이야기하도록 하지.”
“…….”
가볍게 고개를 저은 교관이 패드를 눌러 누군가를 호출했다. 얼굴에 마스크를 단단히 두른 사람들이 곧장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저 구석에 쓰러져있는 짐승에게 마취약을 몇 번이나 찔러넣었다. 저항할 힘도 없는지 주삿바늘이 피부를 뚫고 갈 때만 잠시 버둥거리던 몸이 이내 축 늘어졌다. 몇 번 쿡쿡 찔러가며 확인을 한 사람들이 입에 단단한 가죽 재갈을 물렸다. 그것도 모자라 다리를 단단히 족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나서야 이동용 침대에 눕혔다. 가죽끈으로 다시 한 번 온몸을 교차해 묶고 나서야 천천히 방 안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쪽으로 오게.”
“…….”
그것을 지켜보던 교관이 좀 더 안쪽에 마련된 곳으로 제이슨을 데려갔다. 잠자코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제이슨은 처음으로 가이드와 센티넬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본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스무 살 가까이 되도록 제이슨의 짝인 센티넬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집안 그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어차피 가이드는 센티넬이 없으면 일반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따로 공부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희미하게 사전적으로 습득해 알고 있는 지식 외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이제야 날 찾는 센티넬이 저런 놈이라고? 어딜 봐도 약에 절은 여우 새끼잖아.”
“제이슨 토드. 한 번만 말하겠다.”
“…….”
“센티넬의 힘의 원천은 각자가 가진 동물의 특성에 기인한 것. 가이드는 그 특성을 눌러줌과 동시에 최고로 힘을 개방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다. 아무리 잘난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오감이 터져나가면 버틸 수 없으니까 말이다.”
“…….”
“제 주변에 가이드가 없으면 점차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사라지고 동물의 본능이 살아난다. 인간으로는 예민해진 감각을 버틸 수 없으니까. 그러다가도 안 되면 점차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가지.”
“그렇다면 저 녀석은…….”
“좀처럼 맞는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아서 간신히 목숨만 살리려고 따로 격리해뒀던 거지. 저것도 간신히 임시 약물과 마취제, 진정제를 죽기 전까지 밀어넣어서 살려 둔거고.”
“그런데 내가 나타났다?”
“따지자면 완벽하진 않아. 지금 등록된 가이드 중에서 네가 가장 높은 싱크로를 보이고 있을 뿐이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제이슨 토드. 지금 이곳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그런 태도는 나아가서 가이드로서 평가에 흠이 될 수 있다.”
“…….”
“어지간한 사안이 아니며 너같이 경력도 없는 가이드를 불러내지 않았을 거다.”
“…….”
딱히 그런 평가에 대해 신경 쓴 적은 없었지만, 일단 센티넬이 붙기 시작하면 말이 달라졌다. 센티넬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은 가이드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평가였다. 소위 1% 안에 드는 가이드들은 그만큼 몸값이 높고 대우도 좋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혹시 각인된 센티넬이 죽더라도 다른 센티넬의 임시 가이드로서 우선 배속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도 있었다. 적어도 평가만 높으면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소리였다.
잠깐 말을 멈춘 교관이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좀처럼 말하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캐묻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어차피 조금만 지나며 다 알게 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좀 이유가 많은 녀석이다. 등록된 가이드 중에 어지간한 사람을 다 데려다 놓고 각인이라도 시키려 했지만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더군. 네가 마지막이다.”
“내가 마지막이란 건?”
“너조차 실패하면 가망이 없다는 소리지. 저곳에서 평생 저렇게 약으로 간신히 목숨이나 부지하던가. 그것도 못 버티면 죽겠지. 가이드가 없는 센티넬은 다루기가 힘들어.”
“정말…물건으로밖에 보지 않는군.”
“그러는 너도 저 녀석으로 인해 평가를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피차 똑같은 상황이지.”
“…….”
“더 할 말이 있나?”
“…….”
“뭐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센티넬과 가이드가 맺어지는 계약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서로 등록된 프로필을 교환하고, 공식적으로 마련된 용지에 가볍게 사인만 하며 끝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끝난 절차에 약간 허탈함을 느꼈다. 제이슨이 머리를 쓱 쓸어 올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멀쩡한 센티넬을 맡는다 해도 생전 처음 만난 사람끼리 익숙해지려면 몇 주씩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저 여우 상태를 보아하니 몇 달 동안은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일단 친해지기라도 해야지. 하지만 그 길이 너무 멀어 보였다. 딱히 그럴 의리는 없었지만 잠시 집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들었다.
「…그래. 그렇게 됐다.」
「제이슨. 어디서 지낼 건데.」
「따로 세이프 하우스를 마련해 주기로 했어. 여기선 도저히 머물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그게 어디냐고.」
「알아서 뭐하게!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다 말할 테니까 제발 어린애 취급 좀 하지 마!」
「난…그게 아니고. 알았어. 어차피 그렇게 된 거라면 곧 연락이 오겠지. 몸조심하고. 밥 거르지 말고.」
「누가 보면 내가 일곱 살 먹은 애새낀 줄 알겠다.」
「조만간 한 번 집에 들러.」
「알았어. 알았어. 끊자. 센티넬 내려온다.」
「그래. 다시 연락해.」
「알았다니까.」
「괜찮아지면 집에도 들어오고 그래. 다들 걱정하니까.」
「…….」
그리 길지 않은 통화가 끝났을 때, 제이슨은 정말로 자신이 한 사람의 인생을 떠맡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늘게 내려앉은 책임감이 심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구간 재판 : R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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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Dawn
“…브루스?”
“…….”
“브루스. 일어났어요?”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침실에서 무엇인가 부스럭거리며 움직였다. 두껍고 어두운 천으로 만든 커튼은 밖에 들어오는 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두 장의 커튼이 맞닿은 틈 사이로 간신히 스며들어온 푸르스름한 달빛이 침대에 길게 줄을 그으며 뻗어나갔다.
“으응.”
“…….”
“브루스. 답답해요.”
끈적끈적 늘어지는 목소리가 베개에 묻혀 사라졌다. 푹신한 베개에 잔뜩 얼굴을 묻고 자고 있던 인영이 끙끙거리고 손으로 이불을 끌어당겼다. 뒤척거림이 조금 거칠어지자 이불사이에서 발끝이 보였다. 희미한 달빛을 받은 발이 하얗게 빛나는 것 같다 이내 어둠 속에 녹아내렸다. 두 쌍의 발 중 조금 작은 쪽이 탄탄한 종아리에 붙어오다 이내 이불 안 쪽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깜박깜박.
잔뜩 졸음이 붙은 눈이 느리게 움직이다 점점 또렷해졌다. 그리곤 몸을 조금 웅크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막 잠이 깬 손이 느릿하게 팔뚝을 더듬으며 틈을 벌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목 안으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던 딕이 결국 브루스를 불렀다. 약간 잠긴 목소리가 귀에 감기자 브루스가 살짝 한쪽 눈을 뜨고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목을 쳐다보았다.
“좀 놔주지 않을래요?”
“…….”
“이렇게 있으면 내가 얼굴을 볼 수 없잖아요.”
“…….”
“아직 자는 거 아니죠?”
“…….”
허리를 감고 있는 단단한 팔을 이리저리 밀어보다 살며시 포기한 채 몸을 몇 번 비틀어서 빙글 돌아누웠다. 이불이 부스럭거리며 구겨졌다. 맨발이 밀어내는 시트는 발끝을 중심으로 자글자글 주름이 졌다. 여전히 허리에 감긴 탄탄한 손목을 손끝으로 톡톡 건들이곤 했다. 이내 손가락이 팔을 따라 올라가고 가슴부근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손가락에 걸리는 자잘한 상처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우뚝 멎었다.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허리를 끌어당기는 손길은 잔뜩 시달린 허리에 알싸한 통증을 선사했다. 딕의 어깨가 바르르 떨리는가 싶다니 동그랗게 잘생긴 이마가 브루스의 가슴께에 닿았다. 약하게 가슴이 부풀어 오를 때 마다 어젯밤 기억을 가득 담은 달달한 숨이 훅 내려앉았다. 살 냄새와 숨소리, 그리고 가라앉은 청년의 목소리가 안데 뒤섞인 공간은 현실에 존재하는 곳이 아닌 듯 했다.
“도대체 언제 돌아올 거죠?”
“…….”
“며칠 동안이라고만 말해줬지, 다른 말은 없었잖아요. 제대로 말을 못할 정도로 오래 걸리나요?”
“그렇진 않겠지.”
“또 로드의 변덕이신가보네요.”
“…딕.”
“침대에서 하는 사적인 말은 새어나가면 안 될 텐데 말이죠. 그만 일어나야겠어요.”
“…….”
제법 맹랑한 농담을 던지던 딕이 허리 뒤로 감긴 브루스의 손을 풀어냈다.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어깨까지 덮고 있던 이불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등허리를 느긋하게 쓸어 올리는 손길에 잠시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이 울컥 솟았지만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울 순 없었다.
배트맨이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좀 무리를 했더니 움직일 때마다 허리가 울리고 하반신이 욱신거렸다. 분명 며칠 동안 고생할 것이 뻔했다. 집요할 정도로 온몸에 내려앉은 흔적을 바라보던 딕이 손가락 끝으로 쇄골 바로 위를 꾹 눌렀다.
“브루스, 나 먼저 일어나요?”
대답이 채 들리기도 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이 침대를 쑥 빠져나왔다. 푸른 시선이 등에 닿을 때 마다 몸 안쪽부터 전기가 오르는 것 같았다.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기울이더니 이내 허리를 살짝 굽혀 발밑에 구겨진 유니폼을 주워들었다.늘씬하게 빠진 허리부터 예쁜 근육이 박혀서 만들어진 몸에 희미한 달빛이 닿을 때마다 짜릿한 실루엣을 선사했다. 탄탄한 허리부터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까지 쭉 훑어 내리던 시선은 나른하게 발목께에 머물렀다. 툭 튀어나온 복사뼈를 지나면 두껍게 깔린 카펫을 밟고선 발이 보였다.
“이걸 이렇게 마구잡이로 찢어버리면 뭘 입으란 거죠? 내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
“사실 찢어도 상관없지만. 혹시 화난 거 아니죠?”
“…….”
“아, 재미없어라.”
여전히 브루스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딕 또한 딱히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침대 밖으로 빠져나오자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기분이 들어 조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브루스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딕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팔을 위로 쭉 뻗어 크게 기지개를 펴자 예쁜 근육이 고르게 박힌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허벅지 근육이 쭉 당겨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며칠은 허리가 아플 거 같아요. 안 그래요?”
“…….”
“정말 한마디도 안할 생각이에요?”
“그런가.”
“물론이죠. 지금 멀쩡하게 걸어 다닌다 해서 내 허리가 괜찮은 것은 아닐 테니까.”
두 손 가득 들어 올린 유니폼은 반쯤 찢어져 도저히 다시 입을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가만히 옷을 바라보다 휙 던져버렸다. 미끈한 다리를 움직여 옷장 앞으로 걸어갔다. 익숙한 듯 문을 열자 같은 디자인의 옷이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연신 재잘재잘 떠들던 입은 여전히 쉬지 않았다. 매끈한 몸의 라인을 그대로 보여주는 딱 달라붙는 옷을 다 입고 나서야 간신히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고개를 휘휘 돌려서 망토를 찾던 딕이 침대 밑에 버려지듯 떨어진 것을 찾아냈다. 흰 망토와 푸른 어깨 장식. 항상 걸쳐 입을 때마다 유난히 무게가 더해지는 것 같은 망토와 장식이었다.
“…….”
제법 무겁게 어깨를 누르는 장식은 푸르게 빛났다. 잘그락 잘그락 한참동안 쇠붙이가 맞닿는 소리가 나더니 망토가 등 뒤로 길게 늘어졌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망토를 가볍게 한손으로 말아 쥔 딕이 침대 곁으로 걸어와 냉큼 걸터앉았다. 딕이 손으로 매트리스를 누르며 허리를 쭉 빼자 무게를 그대로 받은 침대가 매끈한 스프링소리를 내곤 했다.
어지간하면 밖으로 출입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배트맨의 고집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두 팔로 몸을 지탱한 딕이 브루스의 입술을 부드럽게 탐하다 아쉽게 떨어져 나갔다.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살 쓸어보곤 침대에서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다 손목이 잡힌 채 뒤로 넘어갔다.
“재미없어요.”
“…….”
“농담이에요. 최대한 일찍 돌아와 줘요. 이 저택은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너무 넓어서 기분이 이상하니까.”
“그렇게 하마.”
“동생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가 지킬 거니까.”
“그래.”
“키스 안 해줄 건가요? 며칠 동안 못 볼 거 같은데? 아니면 내가 다시 할까요?”
“…….”
뒤로 넘어진 그대로 종알종알 떠드는 딕의 입술에 따뜻한 것이 닿았다. 느릿하고 질척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퍼져나가는 침실엔 가쁜 숨이 섞여들었다. 이불을 꽉 잡은 손에 힘이 풀어질 때 까지 놓아주지 않고 집요하게 탐하던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 딕이 잔뜩 달아오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허리에 힘이 다 빠진 채 브루스의 배를 베고 누운 채 늘어져서 헐떡거리는 숨을 내뱉었다.
“…그럼 나 먼저 나가요?”
“…….”
“조금 있다 봐요.”
침대에 누워있느라 잔뜩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슥슥 쓸어넘긴 딕이 단단하게 잠긴 문을 열었다. 사람 하나 통과할 정도만 열고 날쌔게 문을 빠져나갔다. 브루스는 그런 행동이 그다지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뭐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 그것은 언제나 지켜야 하는 딕의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언제나 침실에서 나가는 것은 시간차를 잠자코 따라주며 아무것도 아닌 척 포장하는 장단에 슬슬 맞춰주곤 했다. 사실 브루스에겐 그 약속을 지켜야 할 절대적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딕이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브루스와 함께 있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손아래 동생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유달리 못 견뎌했다.
하루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었다. 잔뜩 나른한 얼굴로 얌전히 품에 안겨있던 딕이 브루스의 탄탄한 가슴에 두 손을 대고 쭉 밀어내더니 일어나 앉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여자였다면 살짝 숙인 목 줄기를 따라 긴 머리가 출렁하고 쏟아져 내릴법한 모습이었다. 약간 허리를 굽히고 침대에 올라앉은 딕이 땀에 젖은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어젯밤부터 잔뜩 갈라져서 쇳소리가 섞이는 목소리가 조용 조용 이불 위에 쌓이기 시작했다.
“당연하잖아요. 동생들 교육에 나쁘니까.”
“그게 무슨.”
“어차피 알게 될 것 같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란 거죠. 제이슨도, 팀도. 그리고 데미안도.”
“…….”
“특히 데미안 말이에요. 아직 너무 어리니까 이런 거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잖아요? 물론 내가 숨기고 싶다거나 몰래 하자거나 그런 말이 아닌 건 알죠?”
“…….”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딕의 강력한 주장은 굽힐 줄 몰랐다. 사실 다 알고 있지 않겠냐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대답 대신 잠자코 손목을 끌어당기면 가늘게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 안겨오곤 했다.빛이 닿으면 푸르게 빛나는 결 좋은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맨살에 닿아왔다.
“난 언제나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과 이 약속이 연관이 있으면 좋겠구나.”
“언제나 그런걸요. 난 브루스를 좋아하지만 동생들도 좋아하니까. 아, 알프레드도 말이죠.”
“그래.”
“다른 사람들은 딱히 필요 없는 것 같지만, 그들이 없으면 이 행복이 지속되지 않는 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적당히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것 뿐 이죠.”
“너무 그들에게 날을 세우진 말거라.”
“브루스는 당연한 말을 언제나 어렵게 하곤 하더라고요. 당연히 내 감정과 공적인 일은 별개니까.”
“그러냐.”
“물론이에요.”
“…….”
언제나처럼 한참동안 작은 새를 품안에 안고 브루스가 잠깐 눈을 감았다. 킬킬 웃으면서 몇 번 버둥거리던 몸이 어느새 얌전해지면 목덜미에 코를 파묻었다. 기묘하게 뒤틀린 저택은 용케 무너지지 않은 채 그렇게 햇빛을 받으며 우뚝 솟아있었다.
***
Ⅱ. Diurne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빛을 잔뜩 받은 결 좋은 검은 머리카락 아래 푸르게 빛나는 눈을 천천히 깜박이던 남자가 어딘가를 보면서 웃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좋을 대로 말을 건네 보았지만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은 남자는 그저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결국 대답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좀 더 몸을 당겨 앉았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잠시 입을 다물고 해야 할 말을 골라 보았다.
“브루스는 언제쯤 돌아오려고 그러지.”
딱히 들어줄 사람도 대답을 해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다가 그대로 허리에 힘을 쭉 뺀 채 소파에 몸을 묻었다. 언제나 비슷하게 흘러가는 일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시간이 잘 가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하다 팀에게 까지 생각이 흘러갔다.
‘그렇게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브루스가 돌아올 때 까지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었는데 팀은 어느새 사라졌다. 언제부터 집에 없었는지 온기하나 없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텅 빈 방을 바라보던 딕은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브루스가 없을 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메타휴먼들 사이에 껴있는 인간이란 이유만으로도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이 있었다. 배트맨 일가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팀은 요즘 들어 딕의 말을 한 번씩 어기곤 했었다. 물론 완전 엇나간 것은 아니었다. 다른 동생과 집을 두고 팀을 찾으러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팀의 방 바로 옆에 있는 문에 작게 노크를 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조용히 문을 열었다. 어린 아이가 자기엔 너무 큰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불에 푹 파묻힌 채 자고 있는 막내 동생을 바라보다 이내 이불을 걷어내고 품 안에 안아들었다. 따뜻한 이불이 사라지자 조금 추운지 품 안으로 파고드는 동생에게 자신의 망토를 둘러주곤 조용히 방을 나섰다.
‘도대체 어쩌면 좋지.’
브루스가 로드 일로 집을 비우면 온 집안은 건사하는 것은 딕의 몫이었다. 항상 집 안엔 유능한 집사인 알프레드가 붙어있긴 했지만 그가 배트맨의 대리를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동생들을 한품 가득 끌어안은 딕은 막 알을 깬 어미 새 마냥 둥지에 웅크린 채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다.
잔뜩 잠에 취한 데미안은 안아들고 원래 앉아있던 소파로 돌아왔다. 좀 더 침대에서 재워도 될 일이지만 품 안에 두고 있지 않으면 어딘가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제이슨은 언제나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슨의 머리부터 어깨를 지나 온몸에 길게 내려앉은 짙은 회색 망토 끝이 정리도 되지 않은 채 발에 감겨있었다. 의자 팔걸이에 가볍게 올려둔 두 팔은 힘조차 들어가지 않고 늘어져 있었다.
“제이슨 잘 잤어?”
“…….”
“잘 잤다는 뜻이겠지.”
가벼운 아침 인사를 건네고 딕이 데미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높은 천장을 쳐다보았다.
***
도저히 오늘 내로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이 활짝 열렸다. 옆으로 비켜선 경비병들이 크게 허리를 숙였다. 그 사이로 걸음을 옮기는 로드는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푹신한 카펫이 깔린 방에선 발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하지만 나이트 윙을 향해 곧게 뚜벅뚜벅 걷는 발자국 소리가 귀를 따갑게 찔러왔다. 방 한가운데 까지 걸어들어오고 나서야 열려있던 방문이 다시 닫혔다.
이제 이 방안에 있는 사람은 둘이었다. 맹수의 눈에서 새파란 빛이 번쩍였다. 로드의 가슴께에 두고 있던 푸른 시선이 가늘게 웃음에 녹아내렸다. 그리곤 웃음을 가득 담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빙글 돌아선 늘씬한 몸을 따라 망토가 긴 궤적을 그리며 따라붙었다. 온 몸에 감기는 긴 망토를 가볍게 정리했다. 그리곤 한 쪽 끝을 감아쥐고 다른 손은 등 뒤로 옮기며 우아하게 허리를 숙였다.
“나이트 윙. 로드를 뵙습니다.”
“…….”
“외람 된 말이오나, 배트맨이 집을 떠나 있어 대리를 맡은 제가 대신 해 왔습니다.”
“알고 있다.”
낮은 한마디에 푹 숙인 채 보이지 않는 표정이 확 구겨졌다. 아직 고개를 들지 않았으니 들키진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알고 있겠지. 배트맨의 대리가 아닌 나이트 윙으로 날 불러들인 사람이 누군데.’
로드가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할 때마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온몸을 휘감는 착각이 들었다. 마치 호랑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으르렁거림을 듣는 것 마냥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았다. 푹 숙인 머리가 닿을 듯 가까이 온 로드가 나이트 윙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손이 닿는 순간 파르르 떨리는 어깨와 안면근육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 정도는 귀엽게 보아 넘어가기로 했다.
“인사는 그쯤 하지.”
“네.”
그제야 한껏 굽히고 있던 허리가 곧게 펴졌다. 가볍게 한 번 더 목례를 한 나이트 윙이 가늘게 미소를 띠며 로드를 쳐다보았다. 가늘게 휘어진 눈가에 맺힌 푸른 시선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갑자기 절 찾으시다니 혹시 배트맨이 할 일이 생긴 건가요? 배트맨이 떠나기 전에 제게 대리를 맡기며 그다지 할 일이 없을 거라 들었긴 합니다만.”
“글쎄.”
“…로드?”
“내가 분명 배트맨의 아들을 데려오라고 했을 텐데.”
로드의 입에 데미안이 오르내리자 날카롭게 변하는 눈매를 채 숨기지 못했다. 그런 미묘한 변화를 쳐다보는 로드는 팔짱을 낀 채 나이트 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간]
※ 따로 예약받지 않습니다